서울대공원 둘레길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 둘레길을 걸었다. 지하철 대공원역에서 내리니 많은 사람이 쏟아졌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들, 젊은 학생들의 발길이 가볍다. 근처의 주차장은 벌써 차량으로 가득하고 주차하기 위하여 줄을 서 있었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짧은 동물원 둘레길도 있지만, 더 긴 산림욕장 길을 걷기로 했다. 메타세콰이어가 있는 길을 지나서 보이는 호수는 한적하게만 느껴졌다. 인고의 세월을 견딘 소나무를 테마로 조성된 소나무정원을 지났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소
숨 쉬고 뜻도 있고 정도 있지요
만지고 쓸어주면 춤을 추지만
때리고 꺽으면 눈물 흘리죠
꽃피고 잎 퍼져 향기 풍기고
가지 줄기 뻗어서 그늘 지우면
온갖 새 모여들어 노래 부르고
사람들도 찾아와 쉬며 놀지요
...(중략)(나무의 마음/ 이은상)

길을 가다가 이은상 시인의 시를 만났다. 나무도 사람처럼 마음이 있구나. 그랬구나. 마음이 약해졌을 때 산을 찾았다. 조용한 산은 나에게 위로를 준다. 봄볕은 따스하지만, 가끔 찬 바람도 느껴진다. 눈앞에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을 오르니 숨이 가빠졌다.
길을 걸어 선녀못이 있는 숲을 지났다, 이 숲은 산림욕장의 첫 번째 공간으로 동네의 아낙들이 낮에는 빨래를 밤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목욕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설명이다. 또 걸어 아까시나무 숲을 지났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로 떡잎이 변한 가시가 있다고 한다. 향기가 진한 흰 꽃을 피우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철이 되지 않아 꽃잎을 볼 수 없었다. 대신 노란색의 생강나무 꽃을 보게 되어 아쉬움을 대신하였다. 옆의 진달래꽃이 예쁘다.
자연과 함께하는 숲을 지났다. 숲속에서 뿜어내는 피톤치트와 함께하면 심신안정을 가져오게 한다고 한다. 길을 걸어 도심에서는 만날 수 없는 개구리나 도룡뇽도 불 수 있다는 서식공간을 지났다.
산림욕장길 전망대에 올랐다. 청계산 자락에 둘러싸인 서울대공원을 바라보았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을 테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공원은 한가해 보였다. 저 멀리 63빌딩이 보인다고 하여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낙엽이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빛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중략)(낙엽끼리 모여산다/조병화)
길을 걷다가 조병화 시인의 시를 만났다. 그래,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했다. 좋은 일만 생각하고 나쁜 일들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길을 걸어 생각하는 숲을 지났다. 숲은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인간은 자연의 혜택 속에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독서 하는 숲을 지났다. 숲의 이름이 참 좋다.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아 독서 하는 시간은 갖지는 못하였으나 쉬면서 다시금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나무 숲을 지나서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스카이 리프트에서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 서울대공원은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공원으로 1984년에 개원하였다. 세계지도 모형으로 배치된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다. 청소년 문화시설, 시민 이용 위락시설, 자연공원, 호수, 관리시설이 있고, 민속놀이터, 잔디운동장, 전망대, 어린이 놀이터, 음악당 등과 동물, 식물연구소가 있다. 또한, 호숫가를 순회하는 무궤도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시인은 초기에는 동양적 인생무상과 관조의 정신을 담은 자유시를 창작했으나 곧 시조 시인으로 전향하였고, 1920년대 시조 부흥 운동에 참여하였다. ‘가고파’의 시인으로 사랑을 받는 한편 친독재 전력으로 논란이 있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조병화(趙炳華, 1921~2003) 시인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본질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를 쉬운 일상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많은 독자와 솔직한 대화를 이루어 왔다. 버리고 싶은 유산(1949) 등 많은 시와 시집이 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