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원포구
올레길을 걷다가 행원 포구에 오게 되었다. 행원포구는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작은 포구이다. 포구에서 바라본 바다는 성난 표정이었다. 포구에서 조선왕 광해 임금의 유배된 첫 기착지라는 표석이 눈에 들어왔다. 광해군이 1623년에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어 강화도 교동으로 유배되었고 1637년에 유배소를 제주로 옮기어 이곳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광해군은 전쟁 중에 평양에서 세자로 책봉된 뒤 선조가 피난을 가고 없는 궁을 지키면서 전란을 수습했다. 함경도와 전라도 등지에서 군수품과 의병을 직접 모집하고 군량미를 모으는 데에도 힘썼다. 인재 등용, 전란 극복, 성곽의 복구, 대동법 시행, 동의보감 편찬 등 성군으로 칭송받던 임진왜란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주중적국, 한배 안에 적의 편이 있다는 뜻으로, 군주가 덕을 닦지 않으면 자기편일지라도 모두 곧 적이 될 수 있다.”라고 목사가 임금을 훈계하였다. (기착지 표석에서) 광해군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낸 후 제주읍성으로 이동하였다.
포구의 바람이 거세어 카페에 들어왔다. 문득 들어선 카페에서 ‘그 초록을 다시 만나고 싶다.’라는 수필집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수필집을 펼쳐보았다.

‘그 초록’ 듣기만 해도 오월의 싱그러움처럼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처럼’의 제주도 방언이라는 ‘그 초록’은 제주 월정리 해변 가의 작은 카페 이름이다. 카페의 통유리창 밖은 고운 해안선을 따라 까만 돌무덤이 정겹게 포개져 업은 듯, 안은 듯 서로를 품고 있다. 느낌이 좋은 곳은 머물고 싶은 마음도 통한다. ‘그’는 과거의 대상이 좋거나 선망의 대상처럼 느껴져 내 마음에 좋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 초록을 다시 만나고 싶다./곽명옥)
창밖의 바다는 아직도 잔잔해지지 않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와 무엇이 다르랴. 어질고, 착하고, 둔하고, 까다롭고, 모나고, 까칠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세상이란 하나의 공동체로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초록을 다시 만나고 싶다./곽명옥)”
● 곽명옥 님은 대구 달성출생으로 2015년 계간 ‘문장’으로 수필로 등단하였다. 현재 대구 문인협회 회원이다. (책의 프로필에서) 작가님께 직접 연락하였더니 반갑게 받아주어 인용(引用)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