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한데 우물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촬영지

광교가이 2023. 4. 19. 06:53


수원 공방 길을 걷다가 한데 우물을 만났다. 사진도 찍고 우물 안을 들여다 보았다. 정조임금도 행궁에 와서 마신 우물이라는데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개화기를 지나면서 급격한 도시화로 오염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한데 우물은 집 울타리 밖에 있는 우물이라는 뜻이다. 행궁을 기준으로 바깥이어서 한데 우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갈증 해소와 요리, 씻기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과 농업, 목축 등의 생산 활동에 필요하다. 사람은 자연이 준 빗물과 강물에 의존하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인류는 각종 수리사업을 벌였다. 그중 지하수를 퍼 올려 사용하기 위해 만든 우물은 많은 신화와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바로 건너편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신상옥)의 촬영지가 있다. 사유지라 문이 잠겨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근처의 다른 건물은 신식건물인데 영화의 영향인지 한옥 그대로 남아있다. 문을 바라보니 주인공 소녀 옥희의 낭랑한 음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우리 어머니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곱게 생긴 우리 어머니는 금년 나이 스물네 살인데 과부랍니다. 과부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도, 하여튼 동리 사람들이 나더러 '과부 딸'이라고들 부르니까 우리 어머니가 과부인 줄 알지요. 남들은 다 아버지가 있는데, 나만은 아버지가 없지요. 아버지가 없다고 아마 '과부 딸'이라나 봐요.”

길을 걸어 수원천으로 왔다. 초봄에 내놓은 작은 꽃들이 어여쁘다.


●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서 할머니(한은진), 어머니(최은희)와 사는 옥희(전영선)네 집 사랑방에 죽은 아버지의 친구인 화가 아저씨(김진규)가 하숙하였다. 아버지가 없는 옥희는 아저씨의 따뜻함에 그가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옥희를 매개로 하여 어머니와 아저씨의 사랑이 싹튼다. 이를 눈치챈 시어머니의 눈초리가 두 사람을 갈라놓고 아저씨는 옥희에게 인형을 주고서 떠난다. 어머니는 옥희의 손을 잡고 뒷동산에 올라 아저씨가 타고 가는 기차를 바라보고 옥희는 어머니의 쓸쓸한 모습을 지켜본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