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문학관
봄비가 오고 있다. 아침부터 준비하여 길을 나서 인천광역시 강화도의 강화문학관에 왔다. 문학관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문학관에 들어섰다. 강화문학관은 강화 출신의 수필가 고(故) 조경희 선생께서 2005년에 타계하시며 강화군에 기증하신 소장품 팔천여 점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한국수필가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하신 고인의 수필 문학에 끼친 업적을 기념하기 위하여 건립되었다.


현관에 우산을 놓고 1층의 전시실을 들러보았다. 전시실에서 강화도와 관련이 있는 문인(文人)들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음미하며 그들의 세상을 넘겨보았다.
한잔의 차는 한 조각 마음에서 나왔으니 (일완다출일편심(一椀茶出一片心))
한 조각 마음은 한잔의 차에 담겼어라 (일편심재일완다(一片心在一椀茶))
마땅히 이 차 한 잔 한 번 맛보시게 (당용일완다일상(當用一椀茶一嘗))
한 번 맛보시면 한없는 즐거움이 솟아난다네 (일상응생무량락(一嘗應生無量樂))
(다시(茶詩)/함허)
1층을 관람한 후, 2층의 수필 문학관에 올라갔다. 2층은 조경희 선생의 육필원고와 생전에 사용하던 책상, 안경 등과 미술품 등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선생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의 어법과는 다소 다르지만, 전시물의 글귀를 그대로 옮겨보았다.
그대들이 제일 조하하는 꽃은 무슨 꽃인가?
(조경희 수필 선집 ‘하얀 꽃들’ 중에서)
기념관에 전시된 선생의 수필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 글이다.
얼굴은 가지각색이다. 둥근 얼굴, 긴 얼굴, 까만 얼굴, 하얀 얼굴, 누런 얼굴, 다 각각 다르다... - 조경희 선생의 수필 ‘얼굴’에서 (기념관의 글)
기념관 계단의 창밖에서는 계속하여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가에 올려놓은 꽃들이 활짝 피어 계절을 알리고 있었다.

● 조경희(趙敬姬, 1918-2005) 선생은 수필가이자 전직 기자 출신이며 정치가이다. 수필가로서 1938년 ‘한글’에 ‘측간 단상’, ‘조선일보’에 ‘영화론’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한국예술인총연합과 한국여류문학인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였다. 언론 활동에도 매진하였으며, 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련하여 정치활동도 하였으며, 예술의전당 이사장도 역임하였다. (기념관의 글에서)
● 함허(涵虛, 1376-1433)는 고려 말, 조선 초의 승려이다. 조선 초기의 배불정책 속에서 불교의 정법과 이치를 밝힘으로써 불교를 지켜내고자 하였다. (기념관의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