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안성 내혜홀광장

광교가이 2025. 6. 23. 06:00



경기도 남쪽에 있는 도시 안성에 왔다. 해가 저무는 안성은 여느 도시와 다름이 없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평화로와 보였다.


길을 걷다가 중앙로의 내혜홀광장으로 왔다. 특이한 이름의 내혜홀(奈兮忽)은 안성 지역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낮골이라고 하며 지역이 낮은 고을로 풀이하고 있는 안성의 토박이말이다. 표현이 아름답다.

내혜홀광장은 안성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화의  광장이다. 이곳에서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 장소가 진행된다고 하지만, 이제 어둠이 찾아들어 사람들이 많지 않다. 광장에는 ‘달빛마당’이라는 부제의 포토존과 달빛 그림자, 달빛 놀이터 등을 설치하여 아이들과 연인들을 위한 테마로 야간경관을 조성하였다. 길을 걷기에 좋다.

길을 걷다가 박두진 시인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시인은 안성태생이다. 어두워서 보지 못하고 동상을 지나칠 뻔하였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그의 시 묘지송(墓地頌)을 지면에 옮겨보았다.

북망(北邙) 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이 외롭지 않어이

무덤 속 어둠이 하이얀 촉루(觸髏)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 윗내도 빛나리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이 그리우리
...(중략)...(묘지송/박두진)

그 옆에는 조병화 시인의 동상도 있어서 바라보았다. 이런 시인들이 있어서 인생이 풍요롭게 느껴졌다.


●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시인은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시 ‘향현(香峴)’, ‘묘지송’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시 ‘묘지송’에서는 죽음의 의식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예견하는 햇빛을 노래하여 조국의  광복을 기원하는 분위기가 나타나 있다. 해방 후, 1946년에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靑鹿派)를 결성하고  청록집(靑鹿集)이라는 시집을 발간하였다.

● 조병화(趙炳華, 1921-2003)  시인은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간하며 등단하였다. 대표작은 ‘공존의 이유’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