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144m)
세마역에서 나와 동탄 쪽으로 걸었다. 사거리를 지나 외삼미동 고인돌 공원 옆을 지나서 오산화성교육지원청 옆으로 걸어갔다. 다시 만나는 도로를 지나 드라마세트장으로 왔다. 세트장 옆으로 필봉을 올랐다.

필봉은 높이 144미터에 불과한 동네의 작은 야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병점과 오산 시가지도 보이고 잠시 고개를 돌리면 동탄의 아파트가 보이는 작은 산. 그런데 도시화의 물결에 따라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겨 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지하에는 터널이 있어 상처투성이인 산이다. 그래도 숲속에 들어서면 한적한 느낌이 살아있는 작은 야산 필봉. 마음이 바빴는가. 근처로 지나다녔으나 자주 오르지 못하였다.

조급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작은 야산 필봉을 걸으며 봄기운을 느껴보았다. 파릇한 새싹은 생명의 기운이다. 작은 산이지만 나에게 위안을 준다. 그렇게 산길을 걷다 만난 김재용 시인의 시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필봉산/ 김재용
산새들의 트롯
"둥지"에 여흥을 덧입혀 사뿐사뿐 오르는 산길
간지럽게 흘러와 속삭인다.
솔숲 잠풍은
왜, 뜸했어!
짬나는 대로 우리 종종 만나요
여기는 붓 봉오리 한 점
먹 향으로 사계절 수묵화를 선물하는
서먹한 너와 나 평행선 멈추게 하는 청춘 비상구가 있는
정상으로 가는 쉬운 길 모범답안이 있는
샘나는
누구라도 샘나는

● 김재용(金載龍, 1958- ) 시인은 문예사조(2011)로 등단하여 오산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오산의 문인이다. 문인협회를 통하여 연락하여 보니 양평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한다.
● 슬슬 드러나지 않게 부는 바람을 잠풍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