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북한강이 바라보이는 경춘선 철로 옆의 민박에 여장을 풀었다. 강을 바라보기 위하여 숙소를 나오니 경춘선 철도로 ITX-청춘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왔던 곳. 그들과 다시 왔다. 예나 지금이나 강물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북한강 강변을 걸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세월이 흘렀음일까? 그 시절의 모습은 새벽강을 걸었다는 것 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시절이 정말 있었던 것일까? 친구들은 각자의 다른 모습으로 북한강을 기억하고 있다. 기억이 흩어지고 있었다.

강변은 잘 정돈되어 있다. 지나는 길에 파크골프가 있어 주민들이 즐기고 있다. 꽃과 나무가 가득한 북한강변은 아름답다. 억새공원을 지나 대성리 국민관광유원지까지 왔다. 항상 젊은이들이 많이 왔던 곳인데 주말임에도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강은 잔잔한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

길을 걸어 경춘국도로 왔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셨다. 달달한 커피는 나에게 여유를 준다. 국도의 건널목을 건너 대성초등학교도 지나갔다. 길 건너에 대성리역이 보였다. 젊은 시절 MT를 위하여 대성리역에 왔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사진을 한 컷 찍어두었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지금의 대성리역은 나중에 다시 만든 곳이라고 한다. 계속 길을 걸어 한국초콜릿 연구소 뮤지엄이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서 관람하였다.

되돌아오는 길. 다시 북한강이 보인다. 친구들과 정태춘의 노래 ‘북한강에서’를 들으며 걸었다.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힌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리를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 중략 (북한강에서/ 정태춘)
https://www.youtube.com/watch?v=QYxyV2XC7Gc

● 역명의 대성이란 대승(大升) 또는 대성(大城)으로 높은 언덕이나 둔덕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북한강 기슭이 마치 성곽처럼 이어져 있다는 데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 지역 대학의 MT로 유명한 역으로 인근은 MT 철이나 주말이 되면 대학생들로 북적인 곳이다. MT 철만 되면 청량리 또는 성북에서 여기까지 매진 신화를 창조했었다. 경춘선 복선전철화에 따라 구(舊) 역사는 철거되었고 신(新) 역사는 2010년에 문을 열었고 경춘선 수도권 전철이 개통되었다. 그러나 전철 개통 이후에는 급행열차나 ITX-청춘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는 그저 그런 역이 되었다.
● 북한강은 북한 강원도 금강군 단발령에서 발원하여 강원도와 경기도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국가하천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팔당호(두물머리)부터는 한강이라고 부른다.
● 정태춘(1954-)은 가수이자 사회 운동가, 싱어송라이터. 시인이다. 가수로서 사전심의 폐지 운동을 주도하였고 한국 음악의 사회 참여적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한국적인 멋이 들어간 노래와 서정적인 가사를 통해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었다. 대표곡으로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가 있다.
● 대성리역 근처에 있는 내륙지방 최초의 초콜릿 박물관이다. 단순한 초콜릿 체험장이 아니라 국내에 본격적이고 제대로 된 초콜릿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대인들의 원시 제조법, 가공, 나만의 초콜릿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관광지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