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로
더운 날씨임에도 지하철 매교역에서 세류동 쪽으로 정조로를 걸었다. 이 길을 자가용으로 자주 지나가곤 하였지만 걸어본 적은 없었다. 그전에는 1번 국도 옛길로 알았는데 정조로로 쓰여있다. 정조대왕이 아버지가 묻혀있는 현륭원을 참배하기 위하여 이 길을 지나갔다고 한다. 길을 걷다 정조 때 만든 상류천 표석이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이렇듯 효(孝)의 도시 수원은 항상 정조대왕과 관련되어 있다.

세류동은 수원역 남쪽에 있으며 경부선이 지나며 중앙부에는 수원천이 흐른다. 주로 구(舊) 가옥이 밀집된 지역이다. 조선 시대에는 삼남으로 가는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길을 걷다 버드내라는 지명을 만났다. 수원천 하류 지역은 냇가에 버드나무가 많다 하여 버드내로 불렸다. 지금은 개발로 인하여 수원천 가에 버드나무가 많이 사라졌지만, 조선 시대에는 버드나무가 많았다. 버드나무는 잔뿌리가 많고 튼튼하여 강물에 잘 유실되지 않아 홍수를 막을 수 있었고 또 말을 타고 침략하는 청의 기마병의 진격속도를 늦추기 위한 방어 목적으로 심어졌다고 하니 조상님들의 지혜가 놀랍다.
세류동은 단독 및 연립주택이 밀집된 도심 쇠퇴지역으로 쪽방과 반지하가 많다. 비행장이 가까워 주민들이 오랫동안 소음으로 고통받아온 지역으로 수원비행장 이전이 발전의 관건이라고 한다. 재개발로 인하여 오래된 주택이 많이 철거된 상태이며 군데군데 새 아파트 단지도 보였다.
길가에는 높지 않은 건물들과 낡은 집들이 보인다. 군데군데의 상가에서는 길가에 중고물건을 내놓고 있다. 퇴락(頹落)한 모습이 애잔하다. 세류사거리까지 왔다. 오래전에는 세류삼거리였는데 언제인가 길이 나면서 세류사거리가 되었다.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길을 지나고 있었다.

● 정조로는 원시 장안구 송죽동 일왕삼거리부터 화성시 진안동까지 잇는 11km의 도로이다. 경수대로가 개설되기 전까지 1번 국도이었으며, 정조대왕의 융릉 능행(陵行)도 이 길을 따랐을 것이라고 한다. (수원시청 홈페이지)
● 상류천 표석은 수원시 향토유적 제16호이다.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는 수원의 지지대 고개에서 현륭원으로 가는 길의 주요지점에 18개의 표석을 세웠다고 한다. 세류3동 유천의 개울가에 있었으나 물길이 바뀌면서 주택가로 옮겨졌다가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였다. 표석의 원본은 수원화성박물관에 있으며 지금 것은 복제한 것이라고 한다. (표석 앞의 간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