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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옥천 장계관광지


춥지 않은 겨울 날씨이다. 아름다운 대청호반이 한눈에 보이는 옥천 장계관광지에 왔다. 향토전시관에서 다양한 유물을 관람할 수 있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아름다운 호반은 옥천의 시인 정지용을 테마로 꾸며놓았다. 정지용 시인은 절제된 언어와 우리말을 감각적으로 활용한 신선한 시 작품들을 발표하며 한국 시에 확연한 변화를 일으켰다. 관광지 입구 건물의 ‘카페 프란스’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옴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프란스에 가쟈.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압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늙이는 불빛
카페프란스에 가쟈.

이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心臟)은 벌레 먹은  장미(薔薇)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여간다...(중략) (정지용/ 카페 프란스)

호숫가를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군데군데 보이는 호반의 시비(詩碑)들은 방문객들을 영감(靈感)에 젖게 한다. 호반(湖畔)은 고요하다. 그저 사색(思索)에 잠기게 된다. 호숫가의 모든 시(詩)들은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품들이다. 호반과 어울려 작품을 읽으면서 시 세계에 빠져들었다,

내 목소리가
저 물소리의 벽을 깨고 나아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 올라야만 한다.

소리로서 마침내 소리를 이기려고
가인(歌人)은
심산유수 폭포수 아래에서 날마다
목청이 핏물 어리도록 발성을 연습하지만

열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쉽게 그의 목소리를 덮쳐
계곡을 가득 물소리 하나로만 채워버린다...(중략)
(제7회 정지용문학상)(승천(昇天)/ 이수익)

호수는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겨울이지만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 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중략)
(18회 정지용문학상)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 정지용문학상은 전통적 서정에 바탕을 둔 빼어난 시어로 한국 현대 시를 한 단계 발전시킨 시인 정지용의 문학적 성과과 문학사적 위치를 기리기 위해 1989년 ‘시와 시학사’에서 제정하여 한 해 동안 발표된 중진 및 중견 시인들의 작품 중 작품성이 뛰어나고 낭송하기 적합한 시를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1989년 제1회 수상자인 박두진 시인을 시작으로 김광균, 박정만, 오세용, 이기림 등 많은 중견 시인들이 수상하였다. (호반의 정지용문학상 비에서)

● 이수익( 李秀翼, 1942- ) 시인은 ‘우울한 샹송’, ‘아득한 봄‘ 등 작품에서 이미지의 선명성과 아름다움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 강은교(姜恩喬, 1945- )  시인의 시 세계는 허무 의식을 통하여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던 시에서 점차 민중적이며 현실적인 시각에서 시대와 역사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로 전개되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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