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공방 길을 걷다가 한데 우물을 만났다. 사진도 찍고 우물 안을 들여 보았다. 정조임금도 행궁에 와서 마신 우물이라는데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개화기를 지나면서 급격한 도시화로 오염되어 사용될 수 없게 되었다. 한데 우물은 집 울타리 밖에 있는 우물이라는 뜻이다. 행궁을 기준으로 바깥이어서 한데 우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갈증 해소와 요리, 씻기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과 농업, 목축 등의 생산 활동에 필요하다. 사람은 자연이 준 빗물과 강물에 의존하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인류는 각종 수리사업을 벌였다. 그중 지하수를 퍼 올려 사용하기 위해 만든 우물은 많은 신화와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한데 우물은 조선 시대 정조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회갑연을 준비할 때 물을 길어서 사용했던 우물이라고 한다. 우물을 관리하도록 정해진 사람도 없고, 우물 주위에 아무것도 없기에 한데 우물이라고 하였다. 근대에는 인근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 판 우물이라고 한다.
한데 우물은 인근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물이었다. 수원이 도시화 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모이는 ‘동네 사랑방’이었으며, 마을 주민들의 소통 장소였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시원한 물을 청하고, 나그네로부터 바깥소식을 들을 수 있던 곳이었다.
한데 우물은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신상옥)에서 '식모가 계란(鷄卵) 장수를 처음 맞이한 장소이자, 어머니 정숙이 사라진 옥희를 찾아다니면서 살핀 곳이다. 또한, 정숙의 거절에 사랑방 손님 선호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두 사람이 포옹했으며, 마을 아낙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 행궁동은 수원시 팔달구의 중심부이며 구(舊)시가지다. 행궁동 공방 거리는 수원의 인사동으로 불리며 소규모의 공방들이 밀집해 있다.
● 한데는 사방, 상하좌우를 덮거나 가리지 아니한 곳으로 집채의 바깥을 이르는 말이다.
●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서 할머니(한은진), 어머니(최은희)와 사는 옥희(전영선)네 집 사랑방에 죽은 아버지의 친구인 화가 아저씨(김진규)가 하숙하였다. 아버지가 없는 옥희는 아저씨의 따뜻함에 그가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옥희를 매개로 하여 어머니와 아저씨의 사랑이 싹튼다. 이를 눈치챈 시어머니의 눈초리가 두 사람을 갈라놓고 아저씨는 옥희에게 인형을 주고서 떠난다. 어머니는 옥희의 손을 잡고 뒷동산에 올라 아저씨가 타고 가는 기차를 바라보고 옥희는 어머니의 쓸쓸한 모습을 지켜본다는 내용이다.
● 신상옥(申相玉, 1926-2006)은 1960년대 한국 영화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영화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아내와 함께 북한에 끌려갔다가 탈출하기도 하였다. 주요작품으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빨간 마후라(1964)’가 있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