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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화양루


벚꽃이 만발하는 봄이다. 수원에 살면서 가끔 수원화성을 걷는다. 화양루는 수원화성을 걸을 때 길과 조금 떨어져 있어 자주 오게 되지는 않아 다시 가보기로 하였다. 수원화성은 기본적으로 군사시설이다. 서남각루는 수원화성 서남 쪽 요충지에 세운 감시용 시설로 정식 이름은 서남각루지만 화양루(華陽樓)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남문 청소년 로데오 광장이 있는 성벽 미복원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화양루에 올랐다. 화성 성벽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삼오오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도 가볍다. 화양루로 가는 서남암문(西南暗門)까지 왔다. 그런데 암문은 공사 중으로 화양루 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성벽 사이에 있는 작은 구멍인 원총안(遠銃眼)으로 치(雉)와 나무 사이의 화양루를 겨우 볼 수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좋으련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화양루가 있는 곳은 본래 성곽의 바깥이었다. 남쪽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지형으로 적에게 빼앗기면 공격당할 수도 있어서 서남암문 바깥으로 길게 용도(用道)를 내고 난 뒤 또 좌우에 치(雉)를 내고 그 끝에 각루(角樓)를 세웠다. 건물 전면은 장수가 군사를 지휘할 수 있도록 전돌을 깔았고, 후면은 바닥을 높이고 창문을 달아서 실내에서도 주변을 살필 수 있도록 하였다. 1797년 화성을 찾은 정조는 화양루에서 시작하여 성곽 일대를 두루 살폈다고 한다.

화양루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이다. 비록 멀리서 보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화양루와는 다른 말이지만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생각났다. 꽃 같던 시절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의미하는 말이다. 인생의 가장 꽃 같은 시절은 바로 지금이다.

내려오는 길에 남포루도 볼 수 있었다. 남포루는 팔달산 남쪽 기슭 경사지에 지은 작은 화포를 갖춘 시설이다, 이 역시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다. 남포루 너머에 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조금 더 내려와 홍난파 노래비를 만났다, 홍난파가 작곡한 고향의 봄 악보가 뒷면에는 건립 내력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아래의 팔달산 회주도로에는 많은 사람이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 원총안(遠銃眼) 멀리 있는 적을 총으로 쏘는 구멍(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적의 접근을 조기에 관찰하고 성벽에 접근한 적을 정면이나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는 시설물을 치(雉 )라고 한다. (알기 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 서남암문(西南暗門)은 화성 서남 쪽에 낸 비상 출입문이다, 화성의 암문 가운데 유일하게 군사들이 머무는 포사(鋪舍)를 세웠다, 이곳은 지형상 적에게 빼앗기면 성안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 특별히 포사를 만들어 침입에 대비하였다. 이름은 암문이지만 성 안팎을 드나드는 통로가 아니라 용도를 거처 서남각루로 나가는 문이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홍난파(1898-1941)는 봉선화, 고향의 봄 등의 노래를 작곡한 음악가이다, 일제의 전쟁동원과 황국신민화 정책 등을 선전 선동하여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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