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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북촌 너븐숭이 기념관



올레길 19코스를 걷다가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해설사님이 반갑게 맞이하여 설명해 주었다.


너븐숭이 4·3 기념관은 2009년 조천읍 북촌리에 건립되었으며, 제주 4.3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념관에는 북촌리의 비극을 배경으로 한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 초판본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북촌리 주민 대학살의 진상과 관련된 역사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북촌리는 제주시 조천읍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해변 마을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운동가가 많았고 해방 후에는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조직이 활성화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북촌리는 국제법상 전쟁 중일지라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집단학살(genocide)의 대표적 사례를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다. 1949년 1월 17일 마을에 있었던 남녀노소 삼 백여 명이 한날한시에 희생되었다. 4·3 당시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이 희생된 북촌리 주민 학살 사건이 북촌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동, 서쪽의 들과 밭에서 자행되었다. (기념관 내 설명에서)

기념관에서 본 가족의 증언이 슬프다.
“동생들을 찾기 위해서 나중에 보니까 저 소낭 밭에서 찾았어요. 제일 밑의 동생(5세)은 총을 안 맞고, 추워서 죽었어요. 둘째 동생(10세)은 가시덤불 위에 넘어져 있었고, 또 밑의 동생(8세)은 이마에 총을 맞았어요. 그래서 너븐숭이에 지금 무덤이 있어요.”(기념관 내 설명에서)

4·3은 제주 공동체에 엄청난 상흔을 남겼다, 인명 피해 및 물적 피해와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앓게 되었다. 오랫동안 제주도민에게 4·3은 발설해서는 안 되는 금기시된 단어였고 왜곡되고 굴절된 역사였다.

아무도 말하지 못하던 시절 문학적 양심으로 고향의 아픈 역사에 펜대를 들이댄 작가가 현기영이었다, 그는 북촌리의 대학살을 다룬 작품 ‘순이 삼촌’을 197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침묵의 금기를 깨고 논의의 한복판으로 끌어내었다. 그러나 작가는 4.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정보기관에 연행되어 고초를 겪었다. (기념관의 설명에서)

법 아닌 법인 줄 몰랐습니다
죄라면
좋은 세상 꿈꾸며 속솜하치 않던 죄, 맞습니다
죄명도 기록도 모른 사람들, 풀잎처럼 이 산천 저 산천 이송되었습니다
법 아닌 법 앞에서
...(중략)...(법 앞에서/허영선)


기념관을 나오니 기념관 앞에 애기무덤이 있었다. 북촌리 주민 학살 사건 때 어른들의 시신은 다른 곳에 안장되었으나 어린아이들의 시신은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네들의 슬픔을 가슴에 담으며 다시 올레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 제주 4·3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표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 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부장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 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기념관의 설명에서)

● 현기영(玄基榮, 1941-) 작가는 제주 출생으로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제주도 현대사의  비극과 자연 속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작품들을 주로 썼다. 소설집으로 ‘순이 삼촌’, ‘아스팔트’ 등이 있고, 장편 소설로 ‘변방에 우짖는 새’, 등이 있다.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사전)

● 순이 삼촌(順伊三寸)은 1978년 9월 계간 문학비평지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중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실존하는 역사적 사건이 문학작품으로 형상화됨으로써 문학의 힘이 어떻게 발휘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실주의 기법의 작품으로 1949년 1월 16일  북제주군  조천면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을 모델로 삼고 있다. 4·3사건의 참혹상과 그 후유증을 고발함과 동시에 30여 년 동안이나 묻혀 있던 사건의 진실을 문학을 통해 공론화시켰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허영선 님은 1980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제주 4·3에게 묻는 너에게’ 등의 저서가 있다, 제주작가회의 회원이다. (기념관의 설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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