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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남사 화훼단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꽃/김춘수)

봄이다. 길을 가다 차를 세우고 용인의 남사 화훼단지에 들어섰다. 이전에 단지 앞으로 자주 다니곤 하였다. 그때는 조그마했던 꽃 시장이 이제는 커지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화훼단지(花卉團地)를 걸으며 꽃을 바라보았다. 꽃들은 각자의 이름이 있다. 제이브, 버킨, 수국(水菊), 수국은 길을 걷다가 많이 본 꽃이었다. 나를 보고 활짝 웃는 듯하다. 후쿠시아, 단정화, 아바타라는 꽃도 있구나. 꽃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꽃바구니와 꽃다발에는 꽃들이 그득하다. 리비움도 아름답다. 내가 너의 이름을 몰랐구나. 미안해. 유럽 제라늄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도 있으며, 페라고늄이라는 꽃도 있다. 향기가 그득하다. 꽃들은 각자의 향기를 품고 있다.


문득 꽃이 피어있는 작은 화분을 집어 들었다. 집에 놓고 바라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의 예쁜 꽃이 나를 보고 고맙다며 인사하는 듯하다.


● 김춘수(1922-2004)는 해방 이후 『구름과 장미』, 『거울 속의 천사』 등을 저술한 문인이다. 1946년 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타령조 기타』(1969)는 언어 실험 기간을 거쳐 ‘무의미시’로 넘어가는 전조를 보인다. 이 시집은 장타령 가락을 끌어들여 현대문명을 비판했으며, 내용보다 형식에 치우친 경향이 나타난다. 시론집 『의미와 무의미』(1976)는 ‘무의미 시’에 대해 새로운 견해와 해설, 시 단평 등을 담고 있다. 그는 언어와 대상 간의 관계를 고민하고 그 해답을 얻기 위해 고투한 시인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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