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가을 아침이다. 선선해진 날씨로 걷기에 좋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수지로(水枝路)를 걸었다. 수지로는 수지구 상현교차로에서 동천동까지의 도로이다.

용인은 경기도의 급격한 도시화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다 보니 수지 일대는 많은 아파트가 주먹구구식으로 지어져 심각한 난개발을 만들어냈다. 많은 버스가 지나다녀도 방음벽이 없어 교통 소음에 시달리는 곳이 많다고 한다. 평소에는 많은 차량으로 북적이는 곳인데 연휴 아침이라 지나치는 차들은 별로 없었다. 지나가는 상가나 카페는 아직 닫혀있고 날씨가 좋아 걷기에 좋았다.

길을 걷다 만난 성복천에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걷고 있다. 잠시 멈추어서서 천변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신봉공원을 지나 정류장에 다다르게 되었다. 정류장에서 만난 시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이제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하여 많은 곳에 시를 적어놓았다. 좋은 세상이다.


바다 문이 열리고
솟아오르는 불덩이
저 여린
겁 없는 순수
고물고물 손가락으로
온 세상을
꽉 움켜쥐고
방긋 웃는
...(생명/심가연)

● 심가연은 ‘한국문인’ 시 부문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한국문인협회 용인지부 회원으로 시집 ‘물든다는 것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