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노을/조병화)

멀어서 오기 힘든 곳 노을공원에 왔다.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월드컵 경기장에서 친우 사모의 차량으로 이동하여 짐을 내리고 다시 맹꽁이 전기차로 불리는 간이차량을 타고 노을공원까지 왔다.
90년대까지 난지도(蘭芝島)란 이름의 쓰레기 매립장(埋立場)이었던 노을공원은 환경 재생사업을 통해 월드컵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자연 식생지, 운동시설 및 산책로 등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공원은 이전에 골프장이었나보다. 페어웨이와 벙커 자국이 완연하다. 자연 식생지(植生地)와 운동시설과 산책로는 잘 꾸며 놓았다. 지나면서 보이는 잔디밭에는 조각예술품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공간에서 쉬면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노을을 바라보았다. 노을은 아름다웠다. 아니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처연(凄然)한 느낌도 들었다. 기쁨과 슬픔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외로움 또한 살면서 함께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치유(治癒)되고 있었다. 황혼이 내리고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 조병화(趙炳華, 1921~2003) 시인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본질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를 쉬운 일상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많은 독자와 솔직한 대화를 이루어 왔다. 버리고 싶은 유산(1949) 등 많은 시와 시집이 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 이곳은 1978년에서 93년까지 서울특별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매립 처리하던 곳이었다.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악취와 먼지 공해는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1991년에 쓰레기 반입이 중단되었고 가스 추출공(抽出孔)과 소각시설을 설치하였으며 한강으로 침출수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수벽과 침출수, 침출수 처리장이 설치되었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 노을은 서쪽 지평선 위쪽 하늘에 붉게 나타나는 빛 현상의 하나로 빛의 산란(散亂)으로 생긴다. 저녁에 해가 지면 빛이 통과하는 공기층이 두꺼워져, 파장이 짧은 푸른색의 빛은 공기 분자 또는 미립자에 의하여 산란(散亂)되어 관측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지 못하지만, 파장이 긴 붉은색의 빛은 산란되지 않고 관측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게 된다. (기상백과, 기상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