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에서 산기슭의 강경산 소금문학관으로 걸어 내려왔다. 소금문학관에는 작가 박범신의 삶과 이야기와 문학이 있다.
자연과 문화의 연장으로 세워진 소금문학관은 내일을 살아갈 우리에게 강경의 정체성 인식과 자연을 누리는 휴양을 제공하고 누구든 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며 강경 문화 바람의 시작이 될 것이다. (소금문학관 브로셔에서)

작가로서 나의 삶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날마다 고통스럽고 날마다 황홀하다. (소설 「소금」 작가의 말 중에서)
- 사랑과 꿈과 기억과 눈물이 가득한 이곳을

가만히 있으면 들려
빈 산이 돌아눕는 소리
버림받은 사람들의 쉰 기침 소리
굽잇길마다 찬 서리 내리고
봄은 아직 망루 너머 있는데
사랑해요 먼 당신
괘종시계는 무엇으로 길을 내고
겨울 철새는 어떻게 길을 지우며 가는지
처음에는 몰랐으나 가까웠고
이제 알지만 먼 당신에게
저물녘 찬 강물 더듬어 쥐면서
부디 손을 놓지 말아요 우리 (빈 산에게/박범신)

작가 박범신은 강경(江京)의 짙은 삶의 흔적들을 문학과 문화에 담았다. 오죽했으면 작가가 1973년 중앙일보 신춘 문예 당선 소감으로 ‘문학,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라고 했을까. 문학관에서 작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문학관 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작가 박범신의 정원을 걸었다. 앞쪽에 박범신 작가가 평창동 사저에서 32년간 애지중지 가꾼 소나무가 보였다. 그리고 길을 걸으며 만난 글귀는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당신의 남은 매일매일 빨래 널기 좋은 날이면 좋겠다. 그럼 참 좋겠다. (박범신 시(詩) 「명주바람」)
문득 작가의 여운을 느끼며, 다시 문을 열고 작가의 기념관으로 들어갔다. 작가와 문학이라는 주제를 유념하여 본다. 그러다 문학관 한쪽 벽에 시선이 닿았다.
- 삶, 빈 의자 하나 남기는 길
기나긴 삶 속에 빈 의자라도 하나 남겼으면 좋겠다. 아니면, 빈손으로 가도 괜찮다. 소설 「소금」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이 거대한 소비 문명을 가로지르면서 소비를 위한 과실을 야수적인 노동력으로 따왔던 아버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과연 무엇을 얻고 또 잃었는가, 소비의 단맛을 쫓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늙어 돌아누운 아버지의 등을 한 번만이라도 웅숭깊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