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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양화 한강공원


밤새워 그대에게 손편지 쓴 날 아침
땅 위엔 사각사각 잎 먹는 누에 소리
하늘엔 훨훨 날아 꽃 찾는 하얀 나비 떼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내게 왔다. (초설/김운기)


밤새도록 눈이 왔다. 양화 한강공원을 걷기 위하여 지하철 당산역에 왔다. 역에서 나오니 많은 눈으로 천지(天地)를 분간할 수 없다. 양화 한강공원은 여의도 샛강 하구에서 강서구 가양대교까지로 한강 남단에 있는 공원(公園)이다. 둔치의 잔디밭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은 많은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만 느껴졌다.


길을 걸었다. 하늘마저 하얗고 어디에도 어둠은 있지 않았다. 때때로 눈이 잦아들기도 하였지만, 가방에 있는 우산은 부러 꺼내 들지 않았다, 머리와 옷에 내린 눈은 툭툭 털고 말면 될 것이었다. 걸으며 마주하는 눈은 바람에 휩쓸리며 다른 방향으로 향하기도 하였다. 눈이 내려 꽃을 만들기도 하였고, 힘들면 나뭇가지며 의자에 떨어져 쉬기도 하였다. 온 세상이 하얗다.
한강에 떨어진 눈은 이내 커다란 강물에 스며들었다. 눈 내리는 강에 눈을 떼지 못하고 걷다가 멈추어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멀리 한강 다리와 도로에서는 내리는 눈 속에서도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 위의 시 ‘초설(初雪)’은 수원시 행궁동에 있는 수원 문인협회 건물에 전시된 시이다. 시가 좋아 시인에게 연락하여 인용(引用)을 청(請)하였더니 흔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 김운기(金雲基) 님은 한문 탈초와 번역 등 저술 활동 및 강의와 퇴계 생활사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한문학자이다. ‘고전탐서’와 ‘맹자외서’ 등의 번역서와 번역시집, ‘오남고’, ‘아들에게 보낸 퇴계의 편지’, ‘매화시첩’ 등이 있다. 수원 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그대에게’ 등 5권의 시집과 2권의 칼럼집이 있다.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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